기대했던 국산 오컬트물
‘천박사 퇴마연구소’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보고 왔어요.
잔인한 거 없다고 해서 애기랑 둘이 보고 왔는데, 아니 왜 그렇게 신발신발 거리는 거얌….
범죄도시도 아니고 너무 많이 신발거릴 필요는 없자나…
애랑 보기 민망해서 신발거릴 때마다 움찔거림.
암튼 정말 오랜만에 나온 한국산 오컬트물 아니겠슴까?
뭔가 우리나라 장르물의 선전을 위해서 봐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 반, 기대 반 해서 영화관에 들어갔더랬어요.
검은사제들은 사실 별 기대 없이 봤다가 오 대박 오 대박 이러면서 나왔고,
사바하는 오…. 오?? 오~~ 이러면서 봤고,
그 후로 짜잔바리들(?) 몇 개는 걍 넷플로 넘기면서 훑었는데
추석을 겨냥한 국산 영화가 오컬트물로 나왔다길래 이건 극장에서 봐야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또 주인공이 강동원이야…
이건 뭐 감독의 의도가 너무나 잘 보이는(?) 캐스팅이 아니겠습니까.
<그래그래 설경의 비밀이 뭔지 누나한테 말해봐 다 들어줄게..>
그래 강동원이라면 잡은 귀신을 검정비닐봉다리에 넣고 노란고무줄로 묶고 다녀도 그림이 살 테니까…
감독의 의도가 그것이라면 넘어가주는 것이 인지상정!
솔직히 검 들고 싸운다길래, 살짝 군도에서의 그 벚꽃씬을 기대하고 간 것도 있음.
<그 유명한 ‘왜 강동원한테만 벚꽃뿌려줘요, 하정우는요’ 씬>
‘천박사 퇴마연구소’ 소재는 나쁘지 않았으나..
소재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큰 힘을 가진 법사라는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그 자신이 높은 신령이 되고자 사람을 죽이며 신력을 모으다 금제에 걸려버린 허준호.
생령/사령/신령을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힘을 궤뚫어보는 능력을 가진 이솜.
그리고 당주집 장손으로 귀신을 보지는 못하지만 무당으로서의 능력 자체는 큰 강동원.
이 셋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신력을 높이기 위해 사람마저 죽이는 무당의 광기는 영화 ‘장산범’을 못 따라가고,
빙의된 사람의 그 독특한 귀기는 드라마 ‘손 더 게스트’를 못 따라가고,
극의 유쾌함은 ‘전우치’를 못 따라가고,
플롯의 짜임새는 ‘사바하’….에 댈 것도 아님.
히잉.
소재가 정말 아깝다는…(강동원의 미모도 살짝 아까움)
처음은 이래요.
큰 신력(도력?)에 욕심을 낸 무당(허준호)이 사람들을 죽이다가 금제에 걸리게 되는데요. 그 금제를 풀려면 신안(神眼)을 가진 이가 필요하다네요? 그래서 그를 찾으려 마을 사람들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합니다.
외진 산골의 폐쇄적 마을에서 원인 모르게 사람들이 죽어가며 줄초상이 나는데…
그 와중에 그 마을사람이자 신안을 가진 주인공인 이솜은 동생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괴이쩍은 행동을 보이기 시작해서 고민이 많고…
결국 이솜이 퇴마사로 유명한(?) 천박사 강동원에게 내 동생 구해달라고 5천만원을 시원하게 뿌리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천박사 퇴마연구소 아쉬운 점
여기까지 보면 약간 ‘곡성’ 분위기 나고 그렇잖아요. 실제로 강동원이 이솜이 사는 동네에 처음 들어가는 씬은 음산하고 무섭게 그려졌어요. 안개가 짙어 볕이 들지 않는 동네에.. 한 집 건너 한 집이 초상이 나서 대문 앞에 등이 걸려있고.. 사람들은 멍한 눈으로 외부인이 지나가는 걸 보는데… 꽤 으스스했단 말이죠.
근데 왜 그걸 이어가지를 모타는 거냐…..
추석에 개봉할 영화라 그런가. 오컬트 섞인 가족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건가..(그럴거면 욕도 좀만 넣었어야지)
감독에게 ‘손 더 게스트’를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었습니다.(손더게스트는 뭐.. 우리나라 오컬트물의 전설)
게다가 스토리도 표현법도 1차원적이라.
아니, 선녀님이라고 진짜 선녀님을 등장시키면 어떡해.
가두는 부적이라고 진짜 사슬이 튀어나와 잡아가기 있기냐?
빙의하는 모습도, 주술을 쓰는 모습도, 주술을 깨는 모습도, 은유 1도 없이 싱싱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낭낭해요.
일단 이해하는데 1의 노력도 필요치 않다는 면에서 유아를 제외한 전 세대를 아우르고자 하는 추석영화로서의 욕심이 엿보이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1차원적일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아 웹툰이 원작이라고? 원작 컷을 그대로 쓴 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설경(실제 존재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이라는 소재도 유구하게 써먹기 딱 좋고요.
그 땜질 없이도 저절로 붙는 검도 역사가 깊어 보이는 것이 뭔가 배경설명이 많을 것 같거든요.
무당(극 중에선 법사라고 했지만 아무튼)들이 조직(아마도 무당과 새끼무당사이겠지만)으로 몰려다니는 것도 인상 깊었고, 도술인지 주술인지도 체계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게 뭘 의미하겠어요. 넓은 세계관을 의미하는 게 아니겠어요.
시리즈로 나올 기대를 해봐도 된다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나라도 컨저링 유니버스 같은 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아니겠어요.
…..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개인적으로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1편에서 소재와 세계관만 따와서 잘 만들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보니까 이번이 감독 입봉작인 것 같더라고요ㅎ
물론 검은사제들 속편도 안 나왔는데, 과연 이게 나올까 싶지만서도…
액션씬도 있고요. 강동원이 길쭉길쭉한 팔다리로 검을 휘두르며 쏘다니는 게 나쁘지 않아요.
게다가 영화가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가서 쉽게 보기 좋습니다. 확실히 다른 오컬트물처럼 열광하는 사람만 열광하는 그런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는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검은사제들보다 다양한 연령대, 넓은 범위의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좋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신부들이 주인공이라 고증과 자문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검은사제들보다는, 아예 판타지스러워서 상상한 대로 그릴 수 있는 천박사가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적합할 듯하고요.
보통 귀신 나오는 거라고 하면 잘 안 보러 갈라고 하잖아요 다들.(저희 남편도 귀신 나오는 거 안 봄)
근데 귀신나오는 거 아니고 판타지 오락물이라고 말하고 데려가면(?) 되니까ㅋㅋㅋㅋ
이 정도면 준수한 판타지 오락 (feat. 오컬트) 영화
맞아요.
영화는 사실 오컬트라기보다는 판타지오락물에 가깝습니다.
정말 딱!! 오락영화고요.
아무 기대 없이 본다면 재밌습니다.(하지만 강동원의 미모는 기대를 해도 좋습니다. 이 남자, 여전하네..ㅋㅋ)
15000원의 값을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고요(무책임)
할인티켓이 있다면 다녀오셔요. 그 정도는 됩니다.
영화 보면서 너무 깊게 따지고 들지 마세요. 그러다 다칩니다.(내가)
CG와 개연성에 약간 흐린 눈을 하면 볼만합니다. 마지막에 설경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입혀진 CG는 약간 눈 감고 봐야 되긴 하는데( “….그랑죠다, 저건… 그랑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재미는 있어요. 손익분기가 230만이라는데, 230만 넘겨서 제대로 된 2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강동원 더 늙기 전에….
강동원은 여전히 잘 생겼어요. 현재 개봉 8일차, 170만 들었다는데 이 중 169만은 강동원땜에 든 거라고 봅니다. 감독님 나이스 캐스팅…
나만 늙네 나만 늙어…
What’s up to every body, it’s my first go to see of
this blog; this webpage carries amazing and actually excellent
information in support of rea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