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후 재출간에 재출간…
일단 제가 본 버전은 <팩토리나인> 출판사, 달러구트 꿈백화점 ‘100만 부 기념 합본호’입니다. 1,2권짜리 합본이라 꽤 두꺼워요.
2021년 12월 초판 1쇄 버전이고요.
근데 보니까 요 책도 굉장한 베스트셀러였네요. 1권이 2020년 7월에 나왔는데, 달러구트 꿈백화점 ‘레인보우 에디션’도 20년 7월에 나왔고요.
심지어 50만 부 판매 기념 ‘드림 에디션’도 같은 달에 나왔네요? 책이 나온 첫 달에 50만 부를 찍어냈다는 걸까요? 헐
21년에 2권이 나오면서 ‘레인보우 에디션’ 2권이 같이 나왔고요. 그 해 12월에 달러구트 꿈백화점 ‘100만부 합본 에디션'(오른쪽 그림, 제가 본 책)을 찍어냈네요.
와 굉장허네~
<제가 본 <팩토리나인> 출판사, 달러구트 꿈백화점 ‘100만 부 기념 합본호’입니다. 가운데 있는 저 동그란 그림은 사실 뻥 뚫린 동그란 구멍 안으로 속지의 그림이 보이는 거랍니다>
어 그런데 1권 초판이 20년 7월 8일에 나왔는데, 50만 부 기념 드림에디션에도 발행일자가 20년 7월 8일로 뙇 박혀있네요?
뭣이여. 왜 초판본이랑 50만부 기념 에디션이 발행날짜가 같은겨.
그건 아마도 이 책이 전자책으로 먼저 출판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자책으로 출판되었는데, 미친 듯이 잘 팔리는 데다 독자들이 종이책을 달라고 성화였던 거죠? 그래서 종이책으로 나오면서 50만 부 기념에디션도 같이 나온 겁니다.
생각해 보니 전자책 발행부수는 생각지 못했던 건데요. 판매부수에는 당연히 전자책 판매량도 같이 집계되는 걸 텐데 말이죠.
전자책은 재료값(?)이 안 드는 대신 가격이 착하고, 작가가 가져가는 판매비율은 더 착하니 전자책으로 50만 부가 팔렸다는 건 작가님이 돈을 마니 버셨다는 걸 뜻해요. (작가가 책 한 권당 받는 인세는 보통 책값의 10%선인데요.
물론 베스트셀러 작가는 좀 더 받지만 생각보다 약소하죠? 책값이 만원이면 1000원을 작가가 가져가는 셈이니까? 다만 전자책은 종이값이나 인쇄비용이 안 드니 작가가 가져갈 수 있는 비율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인보우 에디션이 제일 예쁘긴 한데요.(네 제가 알록달록한 거 좋아합니다…) 사실 저 녹색의 100만 부 기념 합본이 보기는 더 편해요.
책 표지에 동그란 모양이 있잖아요? 저게 하드보드지 양장 가운데 뻥 뚫린 구멍이랍니다ㅋㅋㅋ그 구멍 안으로 속지의 그림이 보이는 형태거든요.
저걸 버스손잡이처럼 잡고 봤는데, 와~ 편하더라고요. 두꺼운 책을 보면 사실 머리보다 손이 더 피곤할 때가 많단 말이에요?
앞으로 저렇게 버스손잡이(?) 달린 양장본이 많이 나와줬으면 한다는…(쿨럭)
이미예 작가한테는 이 책이 첫 작품이라고 하네요. 공모전 등을 통해서 데뷔한 것도 아니고요. 습작도 없었고요.
삼성 (난데없이?) 엔지니어였다가 그만두고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을 받아 출판했다고 합니다. 이게 문이과 통합형 인재인가요?ㅋㅋㅋㅋ
암튼 2권을 냈을 때 이미 1권이 해외로 입소문을 탔는지 21년부터 러시아, 튀르키예, 베트남, 독일 등으로 번역되어 수출되었고요.(역시 외화 벌이는 컨텐츠가 답이다!) 와 돈 마니 버셨겠다~~
라고 하기엔 삼성 다닐 때도 잘 벌었을 것 같지만ㅎㅎ
아무튼 100만 부 작가니깐! 전자책으로 몇 십만 부 나갔으니깐! 수출도 마니 했으니깐!
나보다는 세금을 많이 내실 것 아니에요? 훌륭한 시민이십니다ㅋㅋㅋㅋ
저는 사실 이 책을 좀 어렵게 읽었어요. 극초반에 영 진도가 빠지지가 않더란 말이죠.
이 책이 판타지로 분류되는 이유는 ‘꿈세계’라는 곳이 배경이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와 교차되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당연히 주무대는 ‘꿈세계’고요.
근데 전 이 ‘꿈세계’가 나올 때가 재미가 없더란 말이죠… 설정은 매우 흥미롭지만, 그것과 별개로 꿈세계에 대한 여러 가지 묘사가 썩 와닿지가 않았고요. 좀 지루했…..(쿨럭)
아 그냥 덮어야지, 했을 때 현실세계 이야기가 뿅 하고 나왔고, 너무나 현실적인(!) 현실세계의 모습에 낄낄거리면서 보다 보니 끝까지 다 읽게 되더라고요.
일단 100만 부를 찍은 책이 정말 드물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니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혹시나 저처럼 초반 꿈세계 묘사가 안 맞는 분들도, 좀만 더 읽으면 재밌어지니 안심하세요ㅎㅎ
달러구트 꿈백화점 소설 형식
이 책의 주인공은 ‘페니’입니다. 음. 심리와 사건의 중심인 진정한 의미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요소로서의 주인공이란 의미인데요.
이 책은 꿈세계의 평범한 주민인 ‘페니’가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취직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묶은 소설이랍니다.
다만 꿈을 파는 ‘페니’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 꿈을 사가는 ‘고객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꿈을 사간 고객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 별로 별개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어디서든 쉽게 책을 끊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맴에 안 드는 에피소드들은 넘기고 봐도 큰 상관이 없고요.
물론 내용이나 등장인물들이 서로 관련 있는 에피소드들도 있지만 뭐 몇 개 빼고는 앞선 정보들을 모르고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굵은 책이 이런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건 어찌 보면 장점인데요. 마음에 안 드는 캐릭터가 나와도 그 챕터를 넘겨버리면 그만이고, 어디서든 끊어 읽을 수 있어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펴는 것이 전혀 부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기는 사실상 쉽지 않고, 그러면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펴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 겁니다. 당일날 다시 펴면 다행인데 현실적으로 다음날, 다다음날에 다시 펼쳐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 책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같은 추적스릴러미스터리 뭐 이런 거라고 쳐봐요. 그럼 다시 읽으려고 펼친 순간 옛 기억(?)을 더듬어야 합니다.
에.. 그러니까 얘네가 지금 뭐 하고 있었지? (앞을 뒤적이다) 아아, 맞다 얘네 그러고 있었지.
ㅋㅋㅋㅋㅋ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내가 이런 귀찮음을 모두 감수한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귀찮음을 이길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책만이 나한테서 살아남는다는 얘기죠ㅎㅎㅎ
그런데 달러구트 꿈백화점은 그렇지가 않다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 다시 펴도 다음 부분을 읽을 때 부담스럽지가 않아요. 이건 큰 장점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생각하고 쉽게 읽으셔도 됩니다. 책의 배경만 잘 알고 있으면 어디를 펼치든, 앞뒤 뒤적이는 것 없이 곧바로 다시 책에 빠져들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달러구트 꿈백화점’은,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간만에 읽은 힐링소설이었습니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의 배경
그럼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여러 세계에 대해 살펴볼게요.
이 책에 등장하는 공간은 둘입니다.
현대 지구인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
우리가 잠들면 들어갈 수 있는 <꿈세계>
가 그것인데요.
일단 현실세계는… 뭐 그냥 현실세계입니다ㅋㅋㅋ 현대의 지구가 무대인데요.
물론 지구 위에는 다양한 나라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콕 집어 현대의 대한민국이 주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건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것과 관련이 깊겠죠?ㅎㅎㅎ)
꿈세계는 현실세계와 별개로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꿈세계의 주민들이 따로 존재하고, 현실세계와 거의 같은 문명을 발전시켜 잘 살고 있습니다.
TV도 있고 에어컨도 있고 전자시스템 자동화시스템 전부 갖춰져 있으며, TV에서 연말시상식을 하는 것도, 고용계약서가 있는 것도, 연봉협상을 하는 것도, 현실이랑 비슷합니다. (하다못해 ‘왜 이곳에서 일하려고 하지요?’라는 면접질문에 속으로 ‘돈 때문이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똑같습니다ㅋㅋㅋ)
꿈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도 있어요. ‘고든’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원’, 미국의 ‘달러’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다만 이곳은 인간형 생명체뿐만 아니라 털북숭이 녹틸루카나 요정인 레프라혼 같은 비인간형 생명체들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랍니다. 녹틸루카도 레프라혼도 모두 꿈세계의 주민들입니다.
현실세계의 인간들은 평소에는 이 꿈세계에 출입할 수 없어요. 오로지 잠들었을 때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현실세계의 인간들이 잠자리에 들어 렘수면 상태가 되면, 잠들 때 입고 있던 옷 그대로 꿈세계에 들게 되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보통 잘 때 뭘 입고 자지요? 뭔가 갖춰진 잠옷을 입으면 다행인데. 속옷만 입고 자는 경우도 있고, 다 벗고 자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럼 길거리에서 멀쩡하게 옷 입고 돌아다니는 꿈세계 주민들 사이로, 다 벗고 돌아다니는 현실세계의 인간이 보이게 되는 겁니다ㅋㅋㅋ
꿈세계 주민들은 이런 일이 익숙하지만, 그래도 현실세계의 인간들이 다 벗고 돌아다니게 냅둘 수는 없잖아요.
이런 헐벗은 사람들에게 가운을 나누어줘 최소한의 체면치레가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꿈주민이 바로 녹틸루카들입니다.
녹틸루카에게 받은 가운을 걸치고 간신히 대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인간들은, 꿈세계에서 쉬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또 꿈을 파는 상점에서 꿈을 사기도 합니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은 꿈을 파는 여러 상점 중에서도 유명한 곳이에요. 1층부터 5층까지 다양한 종류의 꿈을 전시하고 파는데요. 달러구트는 이 가게의 사장 이름입니다.
그는 여러 명의 꿈 제작자를 알고 있어요. 꿈 제작자들이 꿈을 만들면, 달러구트는 그 꿈들을 사가지고 와 가게에 전시해 놓고 제각각의 가격으로 팔지요. 꿈 소매업자인 셈입니다.
꿈을 어떻게 만들고 파냐고요? 그건 꿈세계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꿈세계에서는 무형의 것들, 이를테면 꿈이나 슬픔 기쁨 허망함 지루함 혼란스러움 같은 감정들… 이 모두 실체가 있어 계량할 수 있고 음료나 화장품처럼 직접 취할 수 있는 것들로 묘사됩니다.
이것이 현실세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꿈세계에서 ‘감정’들은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실체를 가지고 ‘유리병’에 담길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예를 들어 ‘설렘’이란 감정을 주스에 한 방울 떨어뜨려 먹을 수 있어요. 먹고 나면 막 설렌답니다ㅎㅎㅎ
‘침착함’ ‘느긋함’ ‘안정감’ 등을 이용하여 만드는 쿠키와 차는 잔뜩 화가 나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한테 잘 써먹을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먹고 나면 어느 정도 감정이 가라앉고 차분해지죠.
모든 감정은 유형의 실체를 가지고 있으며 상품화가 가능하기에, 심지어는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때그때 꿈세계 주민들에게 유행인 감정이 있어요. 그럼 수요가 늘어나니 가격도 비싸지겠죠? 150고든이었던 ‘설렘’이 유행을 타서 가격이 높아지면 180고든이 되기도 해요.
이런 점을 잘 예측해서 갭투자(?)에 성공하는 꿈세계 주민들은 벼락부자도 될 수 있겠지요?(이건 뭐라고 부르나요. 꿈린이? ㅋㅋㅋㅋ)
그럼 이런 투자의 대상이 되는 ‘감정’은 어디서 올까요?
바로 꿈을 꾸는 현실세계의 인간들에게서 온답니다.
인간들이 꿈세계의 ‘상점’들로부터 꿈을 사면, 이제 그 꿈을 가지고 더 깊은 잠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자기가 사 간 그 꿈을 꾸게 되는 거죠.
인간은 꿈세계의 주민이 아니기에 꿈세계에서 사용하는 화폐가 없겠지요? ‘고든’으로 값을 지불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럼 무엇으로 값을 치를까요?
맞아요, 자신들이 사갔던 그 ‘꿈’을 꾼 후 느끼는 ‘감정’을 값으로 지불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꿈 상점에서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추억’ 꿈을 사가지고 돌아왔다고 칩시다. 그럼 그 꿈을 꾸게 되겠죠?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리움’ ‘슬픔’ ‘후회’ 등을 느낀다면, 그 감정의 일부가 실체화되어 꿈세계의 금고(여기서는 달러구트 꿈백화점의 최신 금고ㅎㅎㅎ)로 딸랑딸랑, 들어오게 되는 겁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정말 설정이 기발하지요?
감정이 실체적 모습을 가지고 상품화된다는 것도, 감정을 꿈과 교환한다는 것도.
달러구트 꿈백화점의 장르
각각의 에피소드는 달러구트 꿈백화점에서 꿈을 사간 현실세계의 인간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 꿈을 어떻게 고르게 되었고 꿈을 꾼 후 일상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소소하게 풀어냅니다.
아까 힐링물이라고 얘기했었죠? 이 소설의 키워드를 하나 더 붙이자면 ‘일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일상힐링물’ 정도 되겠습니다ㅎㅎ
‘달러구트 꿈백화점’에는 뭔가 사선을 넘나드는 강렬한 경험을 가지고 꿈을 사러 오는 등장인물은 없어요.
뭐 이를테면 적과 총격전을 벌이는 국정원요원이라든가, 들키면 감옥행이 분명한 스파이라든가, 야생동물과 사투를 벌이는 밀림의 탐험대원이라든가, 창과 활이 날아오는 부비트랩을 피해야하는 고고학자라든가(이건 고고학자가 아니라 인디아나존스) 이런 거요.
이런 캐릭터는 없답니다.
우리가 누구나 한번쯤 겪을만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아기자기 엮어서 만든, 예쁘고 동화같은 뜨개니트의 느낌이랄까.
퍽퍽한 생활 속에서 작은 인연에 설레어하는 직장인,
전역한 지 오래인데 아직도 재입대 하는 악몽을 꾸는 남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원고를 쓰지 못하고 있는 작가지망생,
반지하같은 1층집에서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출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음악가 지망생,
빈둥지 증후군으로 무력감을 느끼는 어머니,
늦은 일요일 소파에 드러누워 TV속 연예인의 화려한 성공을 부러워하는 젊은이…
이 책은 주변에 있을만한 혹은 내가 겪었을만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고민들을 무겁지 않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처럼 머리를 괴롭히지 않고요
공포소설처럼 긴장감에 세포를 졸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자기계발서처럼 반성하라고 후려치지도 않고요
수필처럼 잘 읽히면서 잔잔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이 점이 이 책의 강점이 아닐까 해요.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상적 경험을 이야기한 거란 점 말이에요.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쯤은 독자의 경험과 일치하는 경우가 있겠죠?
내가 평범한 일상을 이렇게 많이 써놨는데, 이 중에 하나쯤은 너의 경험과 일치하겠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는 이야기를 발견하면 일단 독자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내용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고, 작가가 어떻게 그리냐에 따라 책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바뀔 겁니다.
사실 위에 등장하는 평범한 인물들이요.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에, 심각하고 진중하고 무겁고 다크하게 표현하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을만한 캐릭터들입니다.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인간의 바닥까지 긁어내 보여줄 수 있는 소재들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충분히 공포소설의 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저 캐릭터들을 넷플의 블랙 미러 시리즈 감독들이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세요…..ㅎㅎ)
하지만 작가는 그러지 않아요.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따뜻하고요. 그렇게 막 깊~게 파고들지 않아요.
그렇다고 너무 판타지스럽게 끝내는 것도 아니고요. 어떨 때는 정말 동화처럼, 또 어떨 때는 너무나 현실같이, 그렇게 읽는 사람을 위안하고 다독여 줍니다.
어, 사실은 제가 겪은 이야기입니다ㅋㅋㅋㅋ
앞에서 제가 꿈세계 부분이 재미가 없어 책을 덮을 뻔 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끝까지 보게 된 게 사실은 제 경험과 일치하는 이 얘기때문이었거든요. 아주 짧게 언급된 건데….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취직한 페니는 이제 신입으로서 여러가지 일을 배우고 있어요.
이 곳에는 각 고객들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눈꺼풀저울이 있는데요. 졸림-잠드는중-렘수면 뭐 이런 식으로 표시가 돼요. 그러던 어느 날 페니가 어느 고객의 눈꺼풀 저울을 보고는 소리를 칩니다.
“이 눈꺼풀 저울은 고장 난 게 확실해요. …제가 며칠동안 지켜봤는데요,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온종일 눈꺼풀이 감기고 있다고 나와요!”(P67)
그러자 1층의 매니저 웨더 아주머니가 말하죠.
저울은 정상이라고. 그 고객은 고등학생 손님이라고.
ㅋㅋㅋㅋㅋㅋ
아니 여기에 공감하지 않을 대한민국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요ㅎㅎㅎㅎ(어 근데 온종일은 아닐텐데? 점심시간은 반짝 떠 있을건데?ㅋㅋㅋ)
아무튼 이 이야기가 아주 초반에 나와줘서 공감할 수 있었기에 완독에 성공할 수 있었답니다.
달러구트 꿈백화점 해석
이 책은 아주 친절한 책입니다. 문장과 단어들 사이의 함의나 상징을 머리를 굴려서 힘들게 추리하지 않아도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책이에요.
챕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이번 고객이 사간 그 꿈에 관해, 그리고 그 사람의 일상에 관해 신입사원 페니는 궁금해하고, 경험많은 달러구트 사장님은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신입사원 페니를 설정한 것도 사실은 작가가 독자에게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해주기 위한 장치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할 거리가 하나도 없는 무게없는 소설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읽기 편한 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 주제는 신화 속에 담아놨거든요. 아 그에 대한 대략적인 해석도 책 안의 등장인물이 해주긴합니다만.
예~~~ㅅ날에 시간의 신이 <과거>와 <현재>과 <미래>를 자신의 세 제자들에게 맡기려고 했대요. 각자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해 봐라 그랬더니,
첫째 제자는 미래를, 둘째 제자는 과거를 가져갔답니다.
그래서 셋째한테 그래서 네가 현재를 맡을테냐 그랬더니 “아니요 현재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십시오.” 그러더니 “저는 모두가 잠든 시간을 사랑합니다.” 그랬답니다.
그래서 신은 첫째와 둘째 제자에게 준 시간들 중 사람들이 잠든 시간을 조각내어 셋째 제자에게 주었어요. 그리고 세 제자는 흩어졌답니다.
처음에는 첫째와 둘째 모두 행복했어요. 첫째 제자와 그의 추종자들은 시시한 과거는 모두 잊고 새로운 터전에서 새 미래를 꿈꿨습니다. 둘째 제자와 그의 추종자들은 서로 함께 정다운 옛일을 추억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첫째쪽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을 버렸기에 모든 추억이 안개로 변해 사라졌어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미래를 꿈꿔왔는지조차 잊어버렸습니다.
둘째쪽 사람들은 추억에 잠겨 예정된 이별과 친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흘린 눈물이 동굴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 동굴안에 꽁꽁 숨어버렸어요.
신은 첫째 사람들이 버린 기억과 둘째 사람들이 흘린 눈물을 줍고, 모든 잠든 이의 그림자를 조금 잘라 병 안에 넣어 세 번째 제자에게 줍니다.
세 번째 제자가 물었습니다.
“제가 이것으로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그랬더니 신이, 기억이 담긴 병에 그림자와 눈물을 넣고 셋째에게 주면서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의 그림자가 대신 깨어 있도록 하라.”
그러면서 그것을 “꿈”이라고 부르라고 했답니다. 이것이 꿈세계의 건국신화(?)입니다.
자, 그럼 첫째와 둘째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과거를 잊어 추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과거는 사람들의 발을 붙잡기도 하지만 또한 앞으로 나가아기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이것을 잃었습니다.
둘째는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기억이란 더이상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발목을 잡아매는 사슬입니다.
시간의 신은 처음에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했지만,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과거’에 대한 이야기예요. ‘과거’를 어떻게 다루어 ‘현재’를 살고 ‘미래’로 향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꿈’은 과거를 잊은 사람들에게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추억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니까요.
달러구트가 면접장에서 페니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꿈’은 뭘까?
페니가 대답합니다.
“… 우리는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어요.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p30)
이 대답 하나로 페니는 그 경쟁률 치열하고, 복지 좋고, 연봉 높은(심지어 본인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도 연봉협상 때 사장님이 알아서 연봉을 높여주는!) 달러구트 백화점에 취업하게 됩니다.
즉슨 이 말이 굉장히 중요한 말이라는 뜻이죠ㅎㅎㅎ(그래서 2권 뒷부분에 좀 있어 보이는 말로 작가가 한 번 더 이야기해 줍니다. 내가 그랬자나 이 책 되게 친절하다공…ㅎㅎ)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보다보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이 미친 나 새끼는 대체 왜 그런 꿈을 산거야?????
ㅋㅋㅋㅋ 내가 꾼 꿈이 내가 선택한, 심지어 뭔가 값을 지불하면서 구매한 것이라면 왜 그따위(!) 꿈을 산 건지, 꿈세계에 입장한 내가 뭔 생각이었는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워낙 이상한 꿈을 많이 꿔서… 게다가 저는 공포영화를 좋아하거든요. 머릿속에 저장된 이미지가 많으니 뭐랄까 꿈에서 나타나는 호러적 이미지들도 정말… 생생해요.
많이 봤으니 본만큼 구현하는 건데, 정말 쓸데없이 생생하고… 뭐랄까 자세하단 말이에요?
아무래도 레프라혼이 장난을 친 불량품을 구매했었나봐요. 근데 이제 너무 자주 속는 거 같은? 맨날 속으면서 사고 또 사고 하는건가?
정품(?)을 구매해야지 꿈 속의 나야?
ㅋㅋㅋㅋ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책입니다. 초등학생 고학년부터 잘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이니, 도전해보세요.
말했듯이, 다 안 읽어도 얼마든지 이해가능하니까~ 끝까지 안 읽어도 상관없으니까~ 부담없이 시작할만한, 내 시간사정도 봐주는 여러모로 친절한 책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