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은 사실 아이 때문에 산 건데.
가끔 아이가 밤에 내가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줄 때가 있다.
그 날 고른 건 이 책이었다.
읽어봤는데 너무 감동적이라면서.
그런데 이틀동안 딱 48페이지까지만 읽어주고는 그 다음부턴 힘든지 그만 읽더라..
아니면 내가 중간에 잠들어서 흥이 안났나;
그래도 입으로는 거의 반사적으로 응, 응, 그래서? 정도의 반응은 한 것 같은데. 암튼.
그래서 직접 읽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1시간동안 의도치않게 콧물 닦아가며 훌쩍거렸다는.
이 책을 보기 전에 일단 티슈 하나 뽑아서 들고 계시길 권한다.
분명 울게 될 테니까.
<긴긴밤 – 노든과 치쿠 그리고 버림받은 ‘알’의 이야기>
이 책은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강권하지 않는다.
분노한 노든에게 그 분노를 참으라고, 분노에 매몰되지 말고 너의 인생을 그런 곳에 허비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너의 분노는 정당하니 너를 그렇게 만든 인간의 최후를 보여주마 라는 식의 권선징악적 이야기도 없다.
작가는 그저 노든을 보여준다.
그가 분노한 이야기, 그가 슬퍼하는 이야기, 그가 그리워하는 이야기, 그의 삶 속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떠나가는 이야기..
삶은 하나의 긴긴밤이고,
무엇이 다가올지 알 수 없는 미래에서
다만 내가 조금씩 기대어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어
내게 조금씩 기대어 살아가는 누군가로 인해
그 긴긴밤이 은하수처럼 반짝일 수 있음을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아주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나는 사실 뭐 대단한 미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책에서 삽화가 가지는 역할에 대해서도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야기로 풀지 않은 상황과 감정에 대한 묘사를 삽화가 해주면서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노든과 앙가부와 치코와 윔보와 아기펭귄의 이야기가
마치 자연을 뚝 잘라 넣은 것 같은 아름다운 삽화 너머로 자락처럼 펼쳐지는 세계 안에 담겨있는데,
글이 아니라 그림을 보고 우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거다.
나는 그랬다.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사셔도 됩니다.